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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역 트렌드 변화와 우리 수출\'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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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5/11 [22:5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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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세계 무역에는 미국 경제와의 동조성 약화, 수출의 성장 기여도 하락, 지역별 특화의 진전이라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 수출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의 미국 경제 둔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지루한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수출은 금년 들어서도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미국경기의 하강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 점은 장기적인 체감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경제에 한가닥 위안이 되고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00년대 세계무역에는 90년대와는 다소 차별화되는 혹은 90년대에 비해 더 강화된 몇 가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역내교역의 확대, 개도국 경제의 약진, 국가간 생산공정의 분업 확산 등은 잘 알려진 세계무역의 큰 흐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파생된 트렌드로서 미국경제와의 동조성 약화, 수출의 성장기여도 하락, 지역별 특화의 진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들이 우리 수출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미국 경제와의 동조성 약화

지난해 1/4분기 이후 미국경기의 뚜렷한 둔화추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경기와 세계경기 간의 비동조화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국가간 경기의 연동은 주식시장이나 환율 등 금융변수들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경로는 국가간 교역을 통해서일 것이다. 90년대는 물론2000년대 이후에도 미국의 성장과 세계교역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2004년 무렵까지는 대체적으로 유사한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2005년 이후 두 지표간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경기의 하강이 주택경기 부진이라는 국내적 요인에 기인한 바 크기 때문에 멕시코 등 미국 건설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하강추세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아직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 등 개도국들이 고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높여가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0.5%에서 꾸준히 하락, 2005년에는 17.5%까지 줄어들었다. 역내교역의 확대로 EU나 아시아권 국가들은 소비 및 투자를 바탕으로 한 독자적 성장기반을 점차 구축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수출 미국 의존도 하락 추세; 미국 경제 둔화 불구 우리 수출 영향 적을 듯

우리 수출도 미국과의 연관성이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지표로 대미수출비중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대미수출 비중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뚜렷한 하락추세를 보여 1986년 40.0%에서 지난해에는 13.3%까지 떨어져 20년 만에 1/3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는 전 세계의 평균 대미수출 비중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수출상품의 구성 측면을 보더라도 미국의 수입상품 구성과 달라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2000년과 2005년 미국의 수입구성을 비교해 보면 전기전자 부문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부문이라 할 수 있는 전자부품의 경우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2000년 8.9%에서 2005년 6.2%로 크게 떨어졌다(<표 1> 참조). 반면 연료 및 광물 등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아지면서 전체 수입의 16%를 차지했고,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선박의 경우 수입비중이 0.1% 수준으로 낮게 나타난다.

한 나라의 수출상품 구조와 상대국의 수입상품 구조 간의 유사성을 평가하는 무역보완성 지수(index oftrade conformity)를 구해보면 우리나라 수출과 미국수입 간의 보완성은 1990년 0.503에서 2000년에는 0.724로 높아졌으나 2005년에는 0.458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표 2> 참조). 미국의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큰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보완성 지수가 0.8을 넘어 수출구조가 미국의 수입상품 구성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EU 25개국의 경우 보완성지수가0.62로 우리나라보다 높았으며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게 나타났다.

물론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 경제의 부진은 과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차를 두고 세계경제 및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중국 등에 수출하는 중간재가 최종재 형태로 미국에 수출되는 소위 ‘우회’ 수출의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미국과의 교역비중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고 무역보완성도 높지 않다는 점, 또 우리나라와 교역비중이 높은 아시아국가들 역시 미국과 보완성 또한 낮아 최근과 같이 미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과거에 비해 작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 지역별 특화의 진전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출의 지역별 특화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시아 국가들의 전기전자 부문에 대한 집중현상을 들 수 있다. 전 세계 전기전자 제품 수출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38.7%에서 2005년에는 52.4%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ASEAN 등 후발국들의 집중도가 크게 높아졌다.

중국의 경우 총수출에서 전기전자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1990년 6.8%에서 2000년에는 18.1%, 2005년에는37.2%로 크게 높아졌다(<그림 2> 참조). ASEAN의 경우도 이 비중을 1990년 26.0%에서 2005년 41.8%까지 크게 높였다.

아시아국 전체로 보더라도 전기전자 산업 수출이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34.3%로 전 세계 평균치인 18.2%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아시아 주요국들이 전기전자 부문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다른 대부분의 산업에 대한 특화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동차, 철강, 화학, 섬유류, 기계류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수출비중이 전 세계 평균값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선진국은 제약, 자동차, 기계류 등에서 강세

상대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전기전자 수출의 비중이 그리 커지지 않았다. 우리보다 일인당소득 수준이 높은 24개국을 대상으로 보았을 때 전기전자 부문의 수출비중은 2000년 17.8%, 2005년에도 17.0%로 세계평균 18.2%보다 낮게 나타났다(<표 3> 참조). 특히 유럽 선진권 지역의 경우 이 비중이 8.7%로 크게 낮았다.

선진국의 수출에서 비중이 높아진 부분은 화학과자동차, 기계류 등이다. 특히 화학수출 비중 상승의 대부분이 제약업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진 유럽국가들이 화학, 제약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으며 일본은 자동차와 기계류 부문의 수출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개도국이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고 있지만 이들 부문은 상대적으로 캐취업(catchup)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문이라고 평가된다. 그밖에 중남미지역에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원료광물 수출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동유럽 지역은 전기전자 부문에의 특화가 빠르게 이루어져 2005년 현재 세계평균 수출비중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아시아국의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이는 우리 경제가 세계속에서 차지하고 있는‘중간적’위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기전자 부문의 수출비중이 꾸준히 높아졌는데 아시아국의 평균 비중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표 4> 참조). 아시아국 내에서만 보면 우리의 전기전자 부문 특화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인데 역시 2000년대 중국과 ASEAN국가의 전기전자부문 특화전략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 수출과의 유사점은 화학 및 자동차 부문에서 나타난다. 이들 산업의 수출비중은 세계평균을 상회하며, 특히 자동차의 경우 수출비중이 13.1%로 선진국평균 11.1%를 넘어서고 있다. 반면 기계류, 제약 부문의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약부문의 경우 우리나라 수출비중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 수출의 성장 기여도 하락

2000년대 세계 교역의 특징 중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수출이 늘었다는 점이다. 세계 교역 증가율이 1990년대 7.0%에서 2000년대에는 10.7%로 높아졌지만 수출증가율의 표준편차는 전세계 119개국을 대상으로 볼때 1990년대 9.3에서 2000년대에는 6.8로 오히려 낮아졌다. 세계경제의 블록화, 무역자유화 추세와 함께 많은 나라에서 대외교역 확대를 통해 성장의 활력을 찾고자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출증대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 성장률은 1990년대 3.4%에서 2000년대에는 4.2%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수출이 늘어난 폭에 비하면 성장률 증가가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수출증가율에 대한 성장률의 탄성치는 1990년대 0.47에서 2000년대0.38로 줄었기 때문이다(<표 5> 참조).

지역별로 보면 서유럽 지역의 경우 수출증가율이90년대 4.2%에서 2000년대 10.7%로 크게 높아졌으나 평균성장률은 2.5%에서 1.8%로 오히려 낮아졌다. 역내교역의 활성화로 서유럽 많은 나라에서 두 자리대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이것이 고성장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시아국 중에서는 인도가 수출증가율이 두 배 이상 높아지면서 성장률이 90년대 5.5%에서 2000년대 7.2%로 높아졌으나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성장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 등은 수출증가율은 두 시기 간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성장률은 2%p 내외로 크게 하락했다.

그밖에 동유럽 지역은 수출증가율과 성장률이 모두 높아졌으나 중남미 지역은 수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 등 북미지역은 수출증가율과 성장률이 모두 하락했다.

밸류체인의 글로벌화로 수입유발효과 높아져

수출의 호조가 성장으로 바로 이어지지 못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수입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세계교역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글로벌 생산공정의 분업화 추세가 큰 역할을 했다.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한 중간제품의 국가간 이동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과정에서 교역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결국 최종적인 부가가치 생산은 이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역내국가들 간에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역내교역의 비중이 높은 유럽이나 중남미 및 아시아 국가들에서 수출증대에 성장률이 미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출과 성장의 괴리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두 자리대의 수출증가율이 지속되고 있지만 성장률은 4%대에 머무르고 있다. 수출증가가 내수 및 고용에 파급되는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전기전자 산업부문이 특성상 글로벌 분업이 용이하다는 점도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자부품 등은 대부분 부피가 크지 않아 운송비용이 낮고, 이에 따라 생산공정의 국가간 이동에 따른 비용이 크지 않다. 2000년대 들어 수출의 수입유발도가 90년대에 비해 높아진 점이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주고 있다.

이상으로 최근 우리 수출에 나타나는 특성들을 세계경제의 트렌드 변화와 연관시켜 간략하게 살펴 보았다. 미국경제와의 연관성 감소, 특정 산업부문 특화현상, 수출의 성장기여 저하 등이 가시적인 현상이라면 그 기저에는 밸류체인의 글로벌화, 역내교역의 확대, 개도국의 수출주도 전략이라는 근본적인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이러한 추세들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우리 경제의 중장기성장의 모습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단순히 수출의 외형적 확대만 볼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고용 유발효과, 세계경제에서의 특화 추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출의 성장 기여도를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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